건강한이웃 과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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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나 스스로가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간단하게 슈퍼에서 약을 사는 것으로 국민 건강이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슈퍼 판매 이전에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슈퍼 판매보다 훨씬 쉽고, 건강에 대한 위험이 적은 방법도 많습니다. 아래의 방법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약국약과 슈퍼약은 같아 보이지만 차원이 다릅니다.약국약은 의약품이지만 슈퍼약은 공산품입니다. 약사손으로 넘어간 약은 약사가 책임관리하지만 슈퍼로 넘어간 약은 책임관리자가 없습니다. 약국약은 질병과 싸우지만 슈퍼약은 광고와 싸웁니다. 약국약은 국민의 권리인 건강을 지키지만 슈퍼약은 국민의 권리인 건강을 판매상품수단으로 이용합니다.내가 사는 동네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동네약국이 없어서 슈퍼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겠습니까?가까운 곳에 동네의원이 있었는데 같이 있던 약국이 어느 날 의원이 떠나면서 약국도 없어져 난감하였던 적 없으십니까? 약국이 없는 동네 슈퍼에 약이 있다고 동네약국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을까요? 동네약국 약사는 언제라도 가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이웃으로 주민들의 1차 건강상담전문인 역할을 하는 일이 보람입니다. 동네약국이 없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동네주민들과 제대로 잘 만들어진 보건의료제도 입니다.아픈 곳이 생기면 단골약사 단골의사에게 먼저 상담하세요.어디가 아픈 데 도대체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무슨 과로 가야 하는 지 난감한 적 없으셨습니까? 기침 때문에 종합병원을 찾은 환자가 호홉기내과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하였는데도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순환기내과로 넘겨주어 순환기내과 의사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옵니다. 환자는 청진기 한 번 대보지 않고 심장관련 검사의뢰 제안만 듣고 처방 받아 왔다고 제대로 진료를 받지 않은 것 같아 처방약에 대한 불신을 잔뜩 품으며 약국에 와서 하소연합니다. 무작정 유명세를 타는 병의원을 찾아가기 보다는 단골약사, 단골의사에게 먼저 상담하면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당번 약국제도보다는 당번 의원제도가 필요합니다.혹 공휴일에 다행히 문을 연 약국을 찾았지만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약(일반약)이 한계가 있어 원하는 치료약을 살 수 없어 불편한 적이 없었습니까? 차라리 당번의원이 있어 제대로 진료받고 처방 받아 약국에서 조제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당번의원이 있으면 근처 약국은 당연히 당번약국으로 근무합니다. 지금의 의료제도에서는 당번의원 없는 당번약국은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의약품 슈퍼 판매보다는 취약시간대의 진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갖추도록 국민들이 강력히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상품명 처방이 아니라 성분명 처방이 편리합니다.병원에 갔다가 급한 일이 있어서 다른 볼 일을 보고, 집 근처의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갔더니 같은 약이 없어 여러 약국을 전전하다가 결국 처방 받은 병원 가까운 약국까지 다시 찾아가서 겨우 조제할 수 있어 고생하였던 불편한 기억이 없으십니까? 처방전에 제약회사와 약품의 상품명을 지정하지 않고 성분명으로 처방이 되면 간단히 해결될 일입니다.한번 받은 처방전을 같은 질환일 경우 두, 세 번 사용하면 어떨까요?병원에서 의사면담을 하지 않고 자동처방전발급기나 간호조무사로부터 처방 받아 보신적 없으십니까? 그럴 바에는 굳이 시간들이고 돈들이며 바친 정성들이 아깝고 허무하다는 생각 드셨지요? 두 세 번 정도는 같은 약으로 해결될 질환이면 약국에서 약사관리로 처리되면 편리하지 않을까요?전문진료가 필요 없는 약은 약국에서 그냥 사면 어떨까요?사후피임약, 속 쓰릴 때 먹는 약, 가벼운 안연고 등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 없고 약사의 복약지도만 철저히 지키면 큰 탈이 없는 약들은 좀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나라살림인 의료보험 재정을 절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병의원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다시 약국에서 또 조제순서를 기다리는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아픈 것을 참고 병의원 진료를 기다리느라 병을 키우는 등 작은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을 수 있습니다.기억 나십니까? 이른 아침 출근길, 병원이 문도 열기 전, 몸이 아프면 약국에 들러서 간단하게 약을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이 모두 문을 닫은 늦은 시간, 애가 아프면 응급실이 아니라 약국 문을 두드리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 7~8시부터 밤 11~12시까지 약국의 문을 열려 있었으니까요. 불과 10년 전의 일입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이전의 일이지요.이렇게 편하고 좋은데, 왜 불편한 의약분업은 시작한 것일까요? 의사는 본연의 역할인 정확한 진단을,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조제와 투약을 담당하여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서로의 견제로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약사나 의사가 실력으로나, 인격으로나 완벽하고 실수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런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겠지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니까 불편하지만 안전장치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 의약분업과 페노바르비탈페노바르비탈은 소아 간질이나 신생아 황달에 사용하는 일종의 진정, 수면제로 가격도 아주 쌉니다. 그런데 이 약의 사용량이 의약분업 이후 6개월이 가기 전에 1/20로 줄었고, 그 이후는 의원에서는 거의 사용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전국의 소아과의원에서 아이들 감기약이나 배탈 약에 모두 넣어 주었다는 얘기입니다. 약사들이 특별히 복약지도를 하지 않아도 의약분업으로 처방전이 공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사 스스로 처방을 자제하도록 만드는 힘이 의약분업이라는 제도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벌어지려고 합니다. 바로 의약품 슈퍼 판매입니다. 제도는 일단 한번 만들어지면 다시 바꾸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약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공산품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몸에서는 높은 활성도(약효와 동시에 부작용)를 가집니다. 반면 일상 환경에서는 변질이 잘 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특수한 화학약품입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적정량만 먹어야 하는 것이고, 버려지는 약까지도 환경문제 때문에 관리(약국으로 버려서 특수 소각처리)를 해야 하는 것인데, 약의 슈퍼판매는 편의성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 박카스와 카페인박카스에는 무수카페인이 30mg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의약품의 슈퍼 판매 논의 중에 무수카페인이 의약품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말은 이제 박카스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 슈퍼 판매가 법으로 시행되지 않아도 슈퍼에서 팔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무수카페인이 더 이상 의약품이 아니니까 의약품 원료도 아니란 뜻입니다.의약품 원료는 생산과 수입에서 도매까지 그 수량과 가격까지 철저히 관리됩니다. 그래서 소매업인 약국은 물론 의원에서도 원료는 만지지 못합니다. 의약품인 원료가 비의약품으로 된다는 것은 의약품처럼 철저한 관리규정 없이 그 원료가 거의 모든 소매상으로 가게 되고, 심지어 보따리 장사도 만질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입니다.여기에 더 위험한 것은 무수카페인의 효과입니다. 강심작용과 각성작용으로 피로회복과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누구나 느낍니다. 한 때 수험생이나 야간 작업을 하는 분들 사이에 유명했던 타이밍이 바로 무수카페인이었습니다. 또 무수카페인은 가격도 정말 쌉니다. 여기다 재료의 맛과 성질에 전혀 영향이 없으면서 탁월한 피로회복 효과까지 있는 무수카페인이 올려줄 매출에 대한 유혹을 대기업을 비롯한 업체들이 이길 수 있을까요? 박카스의 성공을 지금까지 보아왔지 않습니까? 과일향 주스나 이온 음료에도 값 싼 무수 카페인을 넣음으로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 언론에서는 편의성과 안전성을 대비시키면서 여러 시민단체의 이름을 등에 업고, 슈퍼 판매가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판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사에게는 평소에 복약지도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 밥그릇은 놓지 않으려고 하는 악역을 맡겨 버렸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일반약은 슈퍼로 보내고,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사후피임약 등의 일반약 전환이나 상품명 처방이 아닌 성분명 처방, 처방전 리필제(늘 같은 약만 먹는 처방약을 처방전 1장으로 여러 번 쓸 수 있게 하자는 제도) 등은 또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 상품명과 성분명, 일반약과 전문약, 보험약과 비보험약상품명은 제약회사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이름입니다. 게보린(삼진), 사리돈A(바이엘), 암씨롱(동아)은 회사마다 이름이 다르지만, 들어 있는 성분은 진통제 2종류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그리고 무수카페인이 들어 있는 같은 약입니다.일반약은 ‘오용과 남용의 우려가 적어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고 약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게보린, 사리돈A, 암씨롱처럼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전문약은 일반약과 반대로 오용, 남용의 우려가 있어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꼭(!)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한 약입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 대부분의 치료약들입니다. 현재 전체 약의 61.5%가 전문약입니다.보험약은 처방전을 받았을 때 보험처리가 되는 약으로 대부분의 치료제가 해당됩니다. 비보험약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약들로 대표적으로 살 빼는 약이나 탈모증치료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얘기한다면, 편리하게 슈퍼에서 약을 사먹고, 확률은 아주 낮지만 사망을 포함한 부작용이 생길 경우에는 슈퍼를 선택한 환자 스스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약의 부작용은 먹고 나서 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몸에 영향을 주다가 전혀 다른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바로 나타나면 원인이 약인 줄 알 수 있으니까 대책을 세울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지만, 서서히 나타나는 부작용은 원인조차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의약품 슈퍼 판매 논의의 핵심은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 시간대나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진료 공백입니다. 그러면 이 모든 문제가 슈퍼에서 약을 팔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일까요? 심하게 아픈 경우는 병원 응급실이 24시간 근무체계 이니까 응급실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비싸고, 이런 취약 시간대에 간단하게 소화제나 해열진통제, 숙취 해소약(24시 약국의 통계)만 사면 되는데, 쉽게 사지 못하니까 불편해서 약을 슈퍼에서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그러니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취약시간대의 진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너무 경솔하게 의약품의 슈퍼 판매로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흔히 갖다 쓰는 외국사례에 대한 언급조차 없으니, 여기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봅니다.네덜란드에는 ‘시간외 진료센터’가 있습니다. 해당지역의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맡아서 주로 전화상담을 하고, 전화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의사가 왕진을 갑니다. 그리고 심각한 상태라면 큰 병원으로 가도록 해 줍니다. 영국이나 노르웨이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환자는 본인부담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인구 5만 명당 1곳에 ‘휴일야간질병센터’를 지방공공단체에서 운영하고, 동네 의사와 약사들이 당직을 서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고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슈퍼 판매를 논의하기에 앞서 국민건강의 측면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슈퍼에서 약을 판다고 해서 이런 진료공백을 메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슈퍼에서 약을 팔게 되면 그러잖아도 세계에서 약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인데, 청소년 층을 비롯한 약물 오남용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 2007년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건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2009년 OECD 약제비 평균이 17~18%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9.6%입니다. 그래도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졌지만 50%대 초반 수준으로 미국 43%, 네덜란드 16%에 비하면 높은 편이고, 소아 항생제 처방률은 성인의 2배로 아직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또한 약값 자체가 비싸게 책정되어 있고, 약물 오남용에 대한 부작용보고체계는 매우 취약합니다.
만약 약을 슈퍼에서 판다면 가장 손해를 볼 사람은 바로 국민들입니다. 반대로 가장 이익을 볼 사람은 슈퍼 체인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후끈 달아오를 의약품 광고물량을 받아 먹을 언론들이라는 분석은 이미 나왔고, 나아가서는 의료제도마저 미국과 같은 민영화와 함께 당연지정제 폐지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이미 2005년 기획재정부에서 서비스 선진화 방안으로 발표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한 정책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서비스 분야의 민영화와 상업화를 목표로 규제를 줄이면서 국가책임도 줄이자는 것인데, 의료와 교육도 포함됩니다. 의료는 약의 슈퍼 판매로 물꼬를 트고, 교육은 공교육을 버리고 사교육에만 의존하다 급기야는 학생들의 반값등록금시위를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합니다.의료 부분에서는 우선 의약품 광고와 의약품 분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의약품 광고는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약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말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종합편성채널(2009년 7월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에 따라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분의 3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든 미디어)이 시작됩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 광고의 허용 수준이 들어있습니다. 만약 일반약 뿐 아니라 전문약에 대한 광고(미국은 가능)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종합편성채널 참가자들과 제약회사의 이해는 딱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전문약을 비롯한 의약품 광고가 늘어나면 약에 대한 정보가 많아져서 일반 국민들이 좀 더 좋은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약의 소비만 늘어나고, 광고비만큼 약값만 비싸지게 될까요? 여기에다 한-미 FTA가 통과되었을 경우 엄청난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독점은 해소가 될까요? 아니면 더 심각해질까요? 꼭 필요한 필수 의약품은 가격이 올라갈까요? 내려갈까요? 많이 쓰지는 않지만 소비량이 적은 약들은 지금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제대로 공급이 될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비싸지진 않을까요?이 같은 수많은 걱정에 대한 해답으로 정부에서는 영리법인 약국, 약을 취급할 수 있는 전문자격사 제도 등 약 부분의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들만 제시할 뿐입니다. 여기에다 건강보험제도도 미국처럼 개인의 선택(국민건강보험이 아니라 사보험)에 맡긴다는 개념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병원이나 의원들은 모두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이 되어 있는 지금의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마저 축소하거나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민영화, 상업화되어 있어 의료서비스의 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돈이 없으면 병원조차 갈 수 없어 의료 복지로는 최하위국 수준의 미국만을 따라가려 하고 있습니다.
■ 의료민영화와 당연지정제의료민영화는 우리나라나 영국처럼 국가에서 책임지는 많은 부분(국민건강보험)들을 민간기업(보험회사)에 넘겨주는 것입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국민건강보험에 강제로 가입되어 있지만, 민영화가 되면 국민건강보험은 없어지고, 개인적으로 보험회사와 계약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강제로 계약을 해서 국민들의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청구해서 받는 것입니다. 모든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강제로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정제입니다. 만약 당연지정제가 없어진다면 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니라 진료비를 더 많이 주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그 병원과 계약한 보험회사와 계약을 했을 때만 해당 병원에서 보험처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지금 많이들 가입하고 있는 실비보험이 바로 사보험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연지정제이기 때문에 어떤 병원에 가도 보험처리가 되고, 실비보험은 보험 처리된 본인부담금에 대해서 보상을 해 줍니다. 만약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병원이 실비보험으로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지금처럼 본인부담이 전체 진료비의 30% 수준으로 낮은 상태니까 현재의 보험료로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진료비 100%에 대한 보상을 과연 지금 내가 내는 보험료 수준으로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혹시 아십니까? 어쩌다 큰 병에라도 걸리면 집 한 채 날리는 것은 순간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암에 걸리더라도 환자 본인부담금이 전체 약값의 5%밖에 되지 않고, 수술이며 대부분의 치료가 보험으로 처리됩니다. 하지만 이런 ‘건강보험제도’라는 것이 아예 없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보험이 되지만 이런 건강보험제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 1988년이니까, 그리 옛날도 아닙니다.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국가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재정관리, 제도관리까지 다 책임을 지고 있지만 개인도 보험료를 일부 부담하는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공산권국가나 영국은 개인부담 없이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제도이고, 미국은 영국과는 정반대로 건강을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에 맡겨두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이다 보니 영국에서는 의료재정적자가 심각한 문제점이고, 미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또 큰 문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국가들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기본 구조만은 부러워하고, 본받으려 하고 있습니다.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5%가 내는 보험료가 전체 의료보험 재정의 1/3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료만큼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해마다 보험료 인상이 있을 때마다 내가 내는 보험료에 대해 불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건강해서 일할 수 있을 때 보험료를 내는 것이고, 통계상으로 사람이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65세 이상부터입니다. 이제 평균수명이 100세를 육박하고 있으니까 본전도 건지지 못할까 하는 걱정은 기우일 뿐입니다. 참, 예외는 있습니다. 소득 상위 5%에 해당하는 분들입니다.전문약과 일반약을 합리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약품 오남용이나 약화사고를 방지하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약분업이 약의 오남용을 줄이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약물사용이라는 이점이 있는 대신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의약분업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국민 불편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으로도 의약품의 분류와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약과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일반약의 비율이 의약분업 전에는 품목 비율로 39% : 61%(전문 : 일반)였습니다. 그러다 보건복지부에서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 의약분업에 적용하기 위해 새로 17,187품목(61.5%)을 전문약으로, 10,775품목(38.5%)을 일반약으로 재분류하여 시행한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약이 개발되어 판매 허가가 나고, 실제로 판매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이상반응이 있는지를 추적조사하고 자료를 모으고 재평가를 해서 문제가 있는 약들은 전량이 바로 회수(탈크 함유 약품)되기도 하고, 생산이 중단(콘택600 중의 PPA성분)되기도 하고, 효능, 효과가 아예 바뀌어 버리기도 하고,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의약품을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서 전문약이 일반약이 되기도 하고, 일반약이 전문약이 되기도 하는 등의 분류가 다시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 펜잘의 자진 리콜2008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는 게보린, 펜잘, 사리돈, 암씨롱 등에 들어있는 진통제 성분 중의 하나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의 부작용(골수 장애로 인한 과립구감소증,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혼수, 경련 등)이 심각하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안전성 조사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한 해 동안만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등 9건의 부작용이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그래서 2009년 10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15세 미만은 복용을 금지하고, 진통과 해열에 단기 치료로만 쓰도록 사용을 제한했습니다.그런데 종근당에서는 2008년 12월 15일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을 빼고 ‘에텐자미드’를 추가한 신제품 '펜잘큐'를 출시하기로 하고, 전 제품을 자진 회수하기로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펜잘큐에는 문제의 IPA성분은 없습니다.
미국은 인구 대비, 국토 면적 대비 약국 수가 우리 나라에 비해 1% 수준 밖에 되지 않아서 일찌감치 약의 슈퍼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일반약의 슈퍼판매에 따른 부작용 발생사례가 많이 보고됨에 따라 FDA(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오히려 일부 일반약을 약사의 관리 하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점은 지금 우리나라의 의약품 슈퍼 판매 요구 상황과 비교해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많습니다.외국에서는 일반의약품 담당부서가 따로 있어서 재분류에 대한 지침이 있고, 시판 후 지속적인 재평가를 통하여 재등록 제도와 같은 약품 재분류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실제로 의약분업 시행으로 의약품 분류가 이루어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재평가를 거치지 못한 실정입니다.사람의 생명은 확률게임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편리성보다는 안전한 사용이 더 중요한 의약품의 특성상 슈퍼 판매를 하더라도 이러한 여건 성숙을 위한 사전 준비도 갖추고, 의약품 슈퍼 판매가 미칠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해 본 이후에 하는 것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건강도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