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좋아하는 어느 친구(?)가  '카모메식당'이란 일본영화를  디비디에 구워서 빌려주었다.

짬을 내어 (2-3번에 갈라서) 보았다.

영화는 핀란드에서 일본식당을 하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이고,

개업 한달이 되도록 손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

그리고  우연히   지구본을 돌리다가  찍은 곳이 핀란드라서  핀란드에 무작정 오게된 키크고 못생긴 여자(난 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

그리고  또 핀란드에 여행왔다가  비행기에서 짐을 찾지 못해  이 식당에 같이  기거하게 된  중늙은 아줌마...

3명이 식당을 무대로  펼쳐나가는 이야기인데...

 

나는  그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식당의 안쪽(주방 쪽)에서  전면 유리창을 통해서 보이는 경치가  낯설지 않았다.

 

왜?

글쎄, 모르겠는데...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 5조 정도 있는데, 살구색 테이블과 의자들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양념통이라도 있어야하련만...

여자들은 하루종일  테이블 위를 닦는다.

 

창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면서  가끔 길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너무 밋밋한 테이블 위...

 

나는 전에 영주동 민주공원 아래의  수녀원에 좀 들락거린적이 있었다.

그 곳 수녀님들이 가끔 필요할 때 차를 대기시키기도 하고,  어떤 일을 같이 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어떤 때는  차를 밖에 대어놓고  혼자 들어가서 식당에 앉아 수녀님들과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때 그 느낌 (뭐 그렇다고 숭고한 느낌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고)

수녀님들이 주 공간으로 사용하는  그 식당  안쪽에는  손수 수를 놓은 테이블보가 씌워있고  그 위에 수를 놓다만 옷감들이 놓여있었다.  일반 가정에서는 잘 쓰지 않는 테이블보라서 더 기억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테이블들 위로, 벽에 걸린 마른 꽃들을 비추며  한낮의 햇빛이 식탁 깊숙이 들어왔다.

오랜만의 햇빛 때문인지 커튼은 드리워지지 않았다.

동네와 외떨어진 곳이라선지

조용한 점

수녀들만 산다는 점 - 그래서 어떤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친하던 수녀님이 너무 반겨주어서 송구스러웠다는 점

(나중에  그 수녀님들이  필리핀으로 가고 나서  그곳을 방문했을 때,  수녀원장이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친지하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벽에 걸린 마른 꽃다발과  식탁에 반쯤 드리워진  차갑게 밝은 햇빛

(햇빛이 따가운 것이 아니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여자들만의 공기 때문이었을까?

어디서 본 듯한,  젖어든 듯한  정물처럼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