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보노(라틴어: pro bono)는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개인 혹은 단체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저소득층이나 형사사건을 맡는다. 라틴어 문구인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의 약어이다.

[국제신문기고] 프로보노, 기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영복
기부활동 새 바람…재능을 나누는 프로보노 활동은 대중적 기부 확산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세워 천문학적인 돈을 번 빌 게이츠는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매년 약 30억 달러를 기부해오고 있다. 이러한 기부의 역사는 비단 빌 게이츠만의 것은 아니다. 오래전 강철로 번 돈으로 시카고 대학을 비롯한 12개 종합대학과 전 세계 2500여 곳의 공공도서관을 지어 기증한 카네기 재단, 지구촌 곳곳의 어려움을 기업가적 마인드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후원하는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슈바프재단, 그들을 위한 60개국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는 아쇼카 재단 등. 그 이름만으로도 기부의 역사는 새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기부활동에도 새롭고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까지의 기부는 일방적으로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으며, 대부분 차별적이거나 전문화된 목적 없이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부에 대한 인식은 가진 자의 관용과 자선이었으며, 종속적인 관계를 전제하고 있었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그러나 이제 기부는 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선이 아닌 기부가 창조하는 효과가 중시되는 투자의 시대를, 그리고 일방적 종속이 아닌 쌍방적 파트너십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전설적인 석유투자가 분 피켄스는 기부하되, 기부의 목표가 달성될 때만 재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 우리 돈 500억 원을 기부하면서 "기부한 돈을 10배로 불릴 때까지는 쓸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25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하면 대학이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클라호마 주(州)가 가지게 된다. 이처럼 기부는 기부받는 이의 노력과 변화를 요구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을 문제 삼듯이 기부자도 자신의 기부금이 가져올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여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분야에 투자하고자 한다. '자선단체의 골드만 삭스'라 불리는 미국의 제네바 글로벌(Geneva Global)은 기부자들이 내는 1달러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그리고 그 사회적 가치가 얼마가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기부받고자 한다면 기부금의 사용방법과 그 효과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만 하는 시대인 것이다.

기부에 대한 이러한 패러다임적 사고의 변화는 기부의 대상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전통적인 기부였던 재산만이 기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기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시간, 체력, 네트워크, 기술,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장기에 이르기까지 남과 나눌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부의 대상이 된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가진 남다른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다. 변호사의 무료변론과 의사들의 무료진료는 잘 알려진 프로보노 활동이며, 기업경영의 기술 노하우를 자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누고자 하는 컨설팅 기부, 유명강사들의 강연 기부, 발 넓은 사람의 네트워크 기부, 그리고 저명인사들의 얼굴 기부는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프로보노 활동이다.

우리사회에는 어려운 이들이 많다. 통계에 의하면 소득의 양극화는 늘어가고 빈곤층은 점점 더 빈곤해져 간다. 비단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루에 1달러 25센트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으로 분류되는 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30배가 넘고 기아로 죽어가는 10세 미만의 아동은 한해 부산인구의 두 배인 630만 명에 달한다.

프로보노, 이는 자신의 재능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리더십을, 마당발을 가진 사람은 문수 큰 발을, 수다스러운 사람은 미수다를, 잘 생긴 사람은 잘 생긴 얼굴을, 못 생긴(?) 사람은 그 독특하고 차별성이 있는 개성을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기부는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과 다른 재능과 선한 마음을 이미 가지고 있는 당신!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프로보노로 나서라.

사회적기업연구원장·부산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