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가다 / 서영식

 

부고를 받고 급히 역으로 갔습니다 남은 자리는 역방향 뿐이라 하였습니다 역으로 가는 방향이라니, 나도 이 역에서 그 역으로 가는 길이라 선뜻 얹혀가겠다 하였습니다 역으로 가는 자리에 얹혀가는 몸이라 자릿값도 헐었습니다 얹혀간다는 건 스스로 방향을 가늠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서 나는 그많은 역들과 풍경들을 등으로 밀고 갔습니다 얹혀가는 그 방향에는 또 스치고 마는 풍경이란 없어서 보이던 것들이 휙 하고 사라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되려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하나씩 나타나 멀리서 산이 되고 있었습니다 얹혀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보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잊혀지는 그 방향을 순방향이라 불러도 될 일인가 하면서, 의자 하나 거꾸로 놓고 앉아 나를 휙 스치고 떠난 사람을 나는, 역逆으로 찾아가고 있었습니다